Mindset 101

탄소중립, '완벽한 계획'보다 '똑똑한 실행'이 필요한 이유

Yulia92 2025. 9. 14. 13:39
안녕하세요.
Morning Zettelkasten입니다.

 
혹시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정작 중요한 첫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우리는 종종 거대한 목표 앞에서 압도되어, 실패하지 않을 완벽한 전략을 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곤 합니다.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2050년이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서,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 때문에 실행 계획 수립에만 몇 달, 몇 년을 보내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함께' 풀 때 비로소 보이는 해법: 공급망 워크숍에서 얻은 인사이트

복잡하게 얽힌 문제일수록, 결국 해답은 현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저는 국내 대기업의 핵심 공급망 파트너사들과 함께하는 '감축 로드맵' 워크숍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워크숍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파트너사들이 더 이상 본사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사업 환경에 맞는 지속가능한 성장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거시적인 글로벌 규제 동향부터 각 회사의 설비 데이터로 직접 감축량을 계산해보는 5단계 방법론까지, 이론과 실무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기후 대응은 누군가에게 떠넘길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공급망 전체가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거대한 톱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편한 진실: 우리의 계획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는 이러한 노력의 시급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우리 경제의 근간인 산업 부문 배출량은 답보 상태를 넘어 오히려 0.5% 증가했다는 소식입니다.
모두가 '탄소 감축'을 외치고 있는데, 왜 이런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을까요? 시장과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한 번 세우면 바꾸기 어려운 무거운 연간 계획, 5개년 계획이 과연 유효한 방식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작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2% 줄었지만 산업 부문선 되레 늘어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재생에너지·원자력발전이 늘어난 영향으로,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내

www.khan.co.kr


패러다임의 전환: 기후 대응에도 '애자일'이 필요하다

이번 워크숍에서 찾은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는 바로 '애자일(Agile)'이라는 새로운 관점이었습니다.
'애자일'은 본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한 번에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보다, 핵심 기능(MVP)을 담은 버전을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의 피드백을 데이터로 분석하며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는 방식이죠.
기후 대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거대한 계획을 세우고 몇 년 뒤 결과를 기다리는 '폭포수 모델'이 아닌, 빠르게 실행하고, 데이터를 통해 배우며, 민첩하게 방향을 수정하는 '애자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워크숍에서 발견한 3가지 애자일 실행 전략

이번 워크숍에서는 막연했던 '애자일 기후 대응'을 구체적인 실행 방법으로 풀어냈습니다.

1. 작게 시작하고, 빠르게 성공하라 (Start Small, Win Fast)

처음부터 수십억이 드는 CCUS 기술 도입을 고민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우선 실행 과제(Quick-Win)'부터 시작해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워크숍에서 제시된 '우선순위 매트릭스'는 투자 비용과 감축 효과를 기준으로, LED 조명 교체나 공정 최적화처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과제들을 명확히 보여주는 좋은 도구였습니다. 이러한 작은 성공이 조직 전체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감축로드맵 우선순위 매트릭스 예시

 

2. 감(感)이 아닌 데이터로 길을 찾아라 (Navigate with Data)

"이 정도면 작년보다 나아졌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입니다. 애자일의 핵심은 '측정'과 '학습'입니다. 요즘은 탄소 배출량 관리 SaaS 툴을 활용해 우리 회사의 에너지 사용 구조와 배출 성과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에서 다룬
'5단계 감축 로드맵' 방법론은, 바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회사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측정), 다음 목표를 설정하며(학습) 나아가는 체계적인 프로세스 그 자체였습니다.

감축로드맵 작성 5단계 구조

 

3. 계획은 살아 움직여야 한다 (Make the Plan a Living Thing)

한번 세운 계획이 연말까지 수정 없이 그대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획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워크숍에서는 'PDCA(Plan-Do-Check-Action) 사이클'을 통해 분기별, 연도별로 계속해서 계획을 점검하고 시장과 기술 변화에 맞춰 개선해나가는 프로세스를 강조했습니다. 계획은 책장에 꽂아두는 보고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수정하며 함께 성장하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되어야 합니다.

PDCA(Plan-Do-Check-Action) 사이클

마치며

결국 탄소중립의 성패는 얼마나 완벽하고 거대한 계획을 세웠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민첩하게 실행하고, 데이터를 보며 끊임없이 개선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느냐에 달렸습니다.
우리 회사의 기후 대응 운영체제(OS), 이제 더 가볍고 빠른 '애자일'로 업그레이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반응형